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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아와 직장사이 취직의 문
    카테고리 없음 2020. 4. 9. 00:54

    제목 뽑는데는 영 소질이 없음을 느끼고
    자주 글 쓰다 보면 좋아지겠지 싶다가도
    마지막 글이 어제가 아니었음을 반성하며
    열어가는 오늘의 일상로그.

    최근 2년동안 많은 일이 있었는데 그중 단연은
    새직장, 결혼, 그리고 출산이다.

    둘 다 참 현실적인 고민이 수반되는것이 당연하나,
    나에게는 오랜 롱디 기간동안 함께해준 내 인연과 이 둘을 가쁘지만 차례대로 해오는데에 큰 고민은 없었다.
    서로에 대해 신뢰가 있고, 롱디여서 몸은 항상 멀어왔지만 같은 곳을 바라보고 향하고 있음에 내 옆에 있었던 그 누구보다 큰 힘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고집이 조금 있고.. 가끔 서운할 때도 있지만.. 이건 나중에..)

    난 해외 근무중에 아이를 낳았고, 출산하고 두달 반 정도 아이를 키우고 다시 남은 계약기간을 채우기 위해 바로 복직했다. 2년을 일했어도 나에게 육아를 위한 혜택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곳이었고, 별다른 복지 없는걸 알고 들어간 곳이니까 서운할것도 없다.

    음.. 그래도 나도 사람인지라 딱 두번, 여동생이 아이 3개월 되기 전에 원정육아 와줘서 일 나간동안 혼자 아이 봐줬을때랑 아기 4개월때 한국에 놓고 들어갔들때는 내 고집에 사람 여럿 고생시킨다 생각에 너무 마음이 무거웠고 후회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그 전 직장인 정규직을 버리고 계약직을 선택한 죄(?) 아닌 죄를 범한 나를 보고 곁에서 엄마는 종종 요새 임신, 출산, 퇴직하면 나라에서 주는 혜택들이 많은데 넌 못받아서.. 하며 아쉬워하시지만 나는 크게 연연해하지 않는다. 물론 주면 다 받으라고 배웠으니 나도 좋아했겠지만 (출산축하금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안되는건 안되는거니까..!

    2년 근무 마치고 일본행을 준비하며 아이 돌 때까지는 직장을 갖지 않기로 다짐했었다. 무슨패기로 구직활동 전면 금지를 선언(?)했고 그 결정에 매우 만족스러웠다. 일본어도 못하는데 일본에서 바로 직장이 잡힐일도 없고, 너무 일찍 엄마 아빠 손을 떠났던 아기 생각에 내린 결정이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전 직장과 다음 직장 사이 휴직기간이 반년 정도면 나쁘지 않을것 같다는 계산과, 일본 도착해서 5개월 정도면 휴식 및 육아하면서 생활일본어 정도는 다시 구사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 등 여러 팩터들이 들어가 있었다. 코로나는 놓쳤지만..

    계획이라는건 항상 계획 대로 이뤄지지 않는 법(?) 인갈 알지만 난 프로계획러니까 여러가지 상황들을 무리하게 생각하고 많은 옵션을 고민한다. 첫째의 성향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비해서 나쁠것은 없으니까.. 설령 그대로 안되더라도 난 믿음있는 사람이니까 그 또한 내가 놓친 큰 그림이라 긍정적이게 생각해 오고있다. 코로나도 그렇다. 나쁘게만 생각하지 않았고 내 하루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나쁜면만 있는건 아니다.

    물론 코로나로 미뤄지는 내 신혼생활과 근무경력 공백은 큰 고민이었지만, 이렇게 전 세계가 경제난을 겪고 있는 와중에 내가 할수있는 일은 육아에 전념하는것일 뿐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런 고요했던 일상에 젖은 나에게 잡오퍼가 들어왔다. 단 한국근무.. 너무 하고싶은 일이고, 무엇보다 대의를 위해 같이 일하게 될 사람들에 설레는 그런 곳이다. 정규직은 덤.. 사실 업무나 복지부분은 잘 알지 못해도 내가 이런 느낌을 받는데에는 예전에 같이 근무하던 분께서 계셔서 그런 영향이 크다. 내가 몸담그고 있는 분야가 쉽게 이직이 되는 곳도 아니고, 인생 경험치 조금 달고보니 이런 경험이 쉽게 오지 않는걸 너무 잘 안다. 몇년전 같으면 고민도 아닌 고민인데 난 지난 일주일을 엄청난 고민에 시달려왔다.

    아이의 유무는 취직의 문의 높이와 너비를 다르게 한다. 이건 내가 아직 겪어보지 않아도 말 할수 있는 부분이라 자신한다. 그런데 이런 문이 활짝 열린채 내 앞에 다가왔고 나는 그 문 너머 보이는 꽃밭을 보며 들어가야하나 말아야하나 주저하고 있었다. 나 꽃 진짜 좋아하는데 ㅜ

    결과적으로 난 오늘 가정을 선택했다. 가정이라고 할것도 아직 없는 가정이지만 그래서 더 지키고 싶었던것 같다. 2년전 욕심내서 결혼전에 미국으로 갔고, 결혼식 한다고 5일 한국에 머물렀다. 식전 2일날 저녁에 귀국해 드레스 맞추고 식 올리고 먼길와준 친구들이랑 새벽넘어 파티하고 다다음날 신랑이랑 이별했었다.

    이렇게 짧게 풀어지는 스토리는 임신 출산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어지는데 이게 다 내 마음가는대로 해서 얻은 결과였다. 얻은것도 많은 시간들이었기에 구체적으로 뭘 잃었고 그래서 얼마나 손해였는지는 알지못한다. 다만 이번에는 분명 난 여느때와 다른결정을 내렸고 일단 오늘밤 내 마음은 여전히 쉬질못하고있다 ㅎ 내일은 괜찮기를 바라며 글을 적는다.

    첫째니까 일을 해서 가계에 보탬이 되어야한다는 마음은 항상 있어와서 내 안에 있는듯 없는듯 존재한다. 결혼을 해서 식손이 있으니 더 미래 재정계획을 튼튼히 해야한다는 생각이크다.

    이번 오퍼도 그랬다. 남편과 이왕 떨어져지낼거 지금부터 근무하러나가면 어떤가, 그리고 앞으로 1-2년 더 롱디해서 그 다음 3년을 마음편히 쉴수 있을것 같은데.. 오만생각이 다 휩쓸고 지나갔다.

    결국 7일째인 오늘 난 남편에게서 오퍼를 받아드리라는 말을 받아냈다. 옆에서 우리대화를 듣고있던 내 동생들은 답정너인 내가 거의 대답을 쥐어짜냈다고 한다. 나는 내 나름의 인생 베팅이라 상대가 충분히 내 시각으로 모든걸 봐주고 난 후 고민해주길 바랬고, 7일째 내 의견을 굽히지 않아왔었다. 하지만 내 마음 깊이 일보다는 가정이 우선이라는 흔들고 싶지 않은 가치가 있었던가보다.

    진짜 일본입국이 올해가 될지 내년까지 코로나 때문에 이러고 있을지 모르겠고, 구직난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데 눈 딱 감고 남편한테 계속해 미안해 하고 일 나간다고 하면 그만이었는데 난 그걸 하지 못했다. 이 글을 쓰면서도 너무 하고싶은데, 해야하는게 맞는데.. 아들과 아내랑 함께할날 기다리며 새집 꾸미고있는 내 남편 지금보다 힘들게 못하겠더라. 그리고 우리 아들 내 손으로 조금 더 봐주고 싶고..

    나중에 재정적으로 얼마나 힘들어질지 모르겠다. 지금도 세이빙은 없다고 하니 우리가 다 그쪽으로 옮기면 내가 더 정신차리고 살아야할것같다 (그래서 지금 일하고싶은건데..하면서 내 생각이 무슨 뫼비우스의 띠다 정말 ㅜ).

    사실 지금도 일하시는 부모님께 얹혀지내고 있어서 염치없다. 큰 딸이 배가 불러 이런고민을 한게 분명한데.. 기도드렸고 응답은 모르겠지만 많은 생각이 들어간 결정이라 후회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내가 여기서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하고있는 이유는 나중에, 한 2~3년쯤 뒤에 다시 이 글을 읽고싶어서이다.

    어쩌면 지난 1주일 잡오퍼에 대한 고민은 하나님이 내가 결국 남편 스트레스 주면서까지 돈 돈 거릴걸 아시고 앞으로의 결혼생활 전 내게 내려놓기 연습을 시키신건 아닐지 모르겠다ㅎ 결국 순종하며 믿음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 (He who provides!).

    앞으로 육아와 직장생활 고민 전 취직이라는 큰 문턱아닌 대문이 기다리고 있지만 이 또한 내 인연과 함께 슬기롭게 헤쳐나갈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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